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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이유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우리는 그의 문학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지 않는지를 알게 된다

by E_you 2024. 5. 19.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작가 : 최은영

가격 : 16,800원

Page : 349pp

# 작가소개 : 최은영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밤' '애쓰지 않아도'가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제5회, 제8회, 제11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나는 지금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 _'작가의 말'에서

 

이런분들에게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1. 문학을 사랑해요
  2. 단편소설을 선호해요
  3. 최은영작가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어요
  4.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소설이 좋아요


목차

  1.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2. 일 년
  3. 답신
  4. 파종
  5. 이모에게
  6.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1.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강사로 일하는 그녀와 그녀의 강의를 듣는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쓴 책을 보게 된 '나'는 미화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쓴 그녀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더 가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렇게 썼다. 나는 그녀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녀의 언어가 나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경험을 했다. 나도, 더 가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좆고 싶었는지 모른다.

 

2. 몫

1990년대 중반, 한 대학의 교지 편집부에서 동기로 만난 '해진'과 '희영'. 그리고 이들의 선배 '정윤'이 서로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전하는 이 소설은 줄곧 '당신'이라는 이인칭 대명사로 소환되는 해진이 무엇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제 목소리의 빛깔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5월의 정오가 지나가고 있었다. 당신은 정윤의 흔들리는 어깨를 한 손으로 잡고 그녀 쪽으로 다가와 앉았다. 무엇이 지나가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당신의 품에 기댈 수 있도록, 당신은 정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3. 일 년

스물 일곱이였던 그녀는 삼 년 차 사원일때, 일 년 계약 인턴인 다희를 만나게 된다. 카풀을 시작하면서 차 안에서 둘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그녀는 왜 자신이 팔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곤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희와 주고받던 이야기들 속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던 마음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볼 때면 더는 누추한 채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비췄다. 다희에게도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빛이 되어주었기를 그녀는 잠잠히 바랐다.


4. 답신

화자인 '나'가 수감 생활을 한 뒤로 만나지 못하게 된 '너'(조카)에게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나'의 편지는 이모인 자신과 조카인 '너'가, 그리고 '너'의 엄마이자 '나'의 언니인 그녀와 '나'가 왜 영영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는지를 '나' 자신의 목소리로 설명하기 위해 '나'의 어린시절부터 돌아보는 회상의 방식으로 쓰여 있다.

결국 찢어버릴 편지를 쓰는 마음이라는 것도 세상에는 존재하는구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는 이 편지를 없애려 해. 나는 너를 보며 나를, 언니를 바라봤었지. 그리고 사랑했어. 네가 내 언니의 자식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껏 좋아할 수 없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토록 사랑헀던 언니의 아이이기 때문에. 나는 네가 항상 안전하기를, 너에게 맞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랐어.

5. 파종

돌아가신 엄마 대신에 오빠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 '그녀'의 시점으로 쓰인 이야기로, 오빠가 살아 있을 적엔 알지 못했던 오빠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연한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봄볕이 눈을 따갑게 했다. 그녀도 소리를 따라 무릎을 세우고 앉아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바라지 않아도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푸른 무청이 가득한 텃밭을 그리면서. 그곳으로 찾아올 햇볕과 비와 바람과 작은 벌레들을 기다리면서.

 

6. 이모에게

엄마와 자신을 돌봐주었던 이모를 떠올리며 자신에게 남겨진 이모의 흔적을 되짚는 화자 '희진'은 이모에게 받은 것들로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 위에 하늘나라가 있다고 생각했다. 밤하늘의 별빛들을 보고 하늘에 구멍을 뚫어 지상의 인간들을 바라보는 저 너머 누군가의 눈빛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들에게 별빛은 신의 눈빛이거나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존재들의 시선이었다.

나는 문득 옛날 사람들의 믿음을 떠올린다. 환한 낮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만 지상에 닿는 저 너머의 눈빛이 있다는 믿음을 말이다.

7.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아홉 살 시절부터 식모 일을 해왔던 '기남'은 홍콩에 사는 딸 '우경'네 집으로 여행을 간 우경의 집에서 '헬퍼'일을 하는 '제인'을 보며 자신의 식모살이 시절을 떠올린다. 국가를 가리지 않고 하위 계층으로 계속해서 전가되는, 구조 자체가 이미 젠더화되어 있는 돌봄 노동의 현장을 또렷하게 가시화한다.

마이클은 자신을 몰랐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애가 오히려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건 무슨 이유였을까. 부끄러워도 돼요. 기남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한번도 기대하지 않았던 말. 기남은 그 말을 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기남의 마음에 어떤 파문을 일으켰는지 모르는 마이클은 자리에 앉아서 계속 이야기했다.

 


#책 읽는 이유의 생각

'최은영'작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작가다. 작가 특유의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법과 화자의 시점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독자로 하여금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글을 쓰는 그 감성과 시대의 문제들을 보는 통찰력, 그리고 다양한 사건들을 인물과 연관지어 풀어나가는 글이 매력있다. 한 권의 소설을 읽었다면, 당연하게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게 한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짧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한 편, 한 편이 왠지 모를 위로감과 공감을 느끼게 하며 눈물을 흘리며 보게됬다. 다음 작품도 항상 기대가 되며 이미 유명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작가의 책을 읽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삶과 닿아있는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잘 읽었습니다.